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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67 베트남 협띠엔 마을에서 받은 선물

베트남 협띠엔 마을에서 받은 선물





호치민, 후에, 다낭, 하노이 같은 베트남의 지명들은 이제 우리 귀에도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대도시의 모습에 신선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불과 1시간 남짓 떨어진 시골마을까지 그 혜택이 미치기엔 아직 너무 이른가 봅니다.





생활이 많이 어렵고 하루하루가 힘들어도 꿈을 잃지 않고 자라는 베트남 소수민족 가정의 아이들. 유난히 반짝이는 눈을 가진 그 아이들을 만나, 기쁘면서도 가슴 한 켠이 싸해졌던 이야기를 전할까 합니다.













기아대책이 천연기능성 화장품 '아이소이'와 함께 하게 된 건 벌써 5년째. 대표님을 비롯한 직원 분들이 한 분당 1명에서 많게는 9명까지 캄보디아와 베트남 등에 사는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을 1:1 결연을 통해 후원해왔습니다.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 절반의 비용을 부담함으로써 직원들의 부담을 줄여주었죠. 그렇게 후원이 계속되던 올해 초, 특별히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미안한 마음으로 아이소이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어려운 기업환경임에도 아이소이 또한 꼭 필요한 곳이라면 돕겠다고 해줘서 베트남 타이응웬성 보냐이현 짱사면에 턴타잉 유치원을 세워주게 되었습니다.





완공식만 참석하기엔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던 차에 아이디어를 모아 유치원 외벽에 아이들의 꿈을 키워줄 간단한 벽화를 그려주기로 했습니다. 완공식 전날, 더운 날씨였지만 직원들 스스로 구상한 그림을 하루 종일 직접 그려주었고, 아이들과 유치원 선생님들 모두 너무나 즐거워했습니다.










 


 현지 사정상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페인트를 구하기 어려워서 네댓 가지 가루염료만 구할 수 있었는데, 그걸 풀에 개서 물감으로 쓰는 식이었습니다. 잘 개어지지 않아 알코올을 넣어야 했는데, 현지에는 알코올도 비싸서 현지의 독한 소주를 알코올대신 넣어서 물감을 만들었습니다. 가루염료의 적당한 배합으로 여러 색깔도 만들어 냈죠. 한참을 그리다 보니 나중에는 물감의 알코올에 다들 취해서 머리가 띵하고 휘청거릴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완성돼가는 그림이 너무 예뻐서인지 아이들은 무척 신기해 했고 유치원 선생님들이 다른 곳에도 더 그려달라 조르기도 했습니다. 결국 아이들이 수업하는 내부 공간에 멋진 기린 그림까지 그려줘서 큰 박수를 받기로 했습니다. 아이소이가 회사 내에 디자인 팀이 있고 다행히 디자이너 분도 후원자라 함께 와서 그런지 그림들이 무척 훌륭했습니다. 다음 날 후원 아동들의 가정을 방문하기 전에 어린 아이들을 위해 뜻 깊은 일을 한 거라 기아대책 스탭들과 아이소이 직원들도 뿌듯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치원 건설이 끝날 즈음에 이미 진행하고 있던 현지 후원 아동들의 가정방문을 계획해 유치원 완공식 참석 후에 진행하는 걸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협띠엔 마을로 향하던 날은 아침부터 계속 비가 내렸습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도착했을 때도, 친절한 교장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본격적인 가정방문을 시작할 때에도 역시 비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비가 계속 내리면 진창길에 자동차가 빠질 수 있어 걸어가야만 했는데 다행히 일단은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언제 차 바퀴가 빠질 지 몰라 가슴 졸여야 했지만.





 








헙띠엔 마을에 도착해 제일 처음 만난 아이는 ‘치에우 꾸이 밍 히에우’였습니다. 차에서 내려 조그만 구릉을 걸어 넘어야 나오는 히에우의 집. 산 중턱에 자리잡은 탓에 제대로 된 길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다. 마을 아이들은 운동화가 없어서 낡은 슬리퍼를 신고 매일 이런 길을 걸어서 학교를 다닌다고 합니다.우거진 잡초들에 다리를 긁혀가며 비에 젖어 미끄러운 널빤지 다리를 내려가니 그곳이 히에우의 집입니다.





밖에 나와서 우리를 반겨주는 히에우의 어머니. 초등학교 5학년인 히에우의 어머니 나이는 31세입니다.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놀란 듯, 신기한 듯 우리를 바라보는 히에우의 여동생도 보입니다. 그런데 그 뒤로 보이는 집이 너무나 작고 을씨년스럽습니다. 비가 오고 찬 바람이 불어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





활짝 웃는 얼굴로 우리를 안으로 이끄는 히에우 어머니. 들어선 방 안은 거실과 침실의 구분이 없는 그야말로 원룸입니다. 가운데 테이블이 있고, 우리 때문에 빌려왔다는 자그마한 플라스틱 의자 몇 개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 구석에 자리 잡은 작고 엉성한 나무침대. 침대 옆 벽으로는 창이 하나 나 있는데, 그나마 창문도 유리도 없이 뻥 뚫린 그대로입니다. 바람을 막으려고 한 것인지, 비를 막으려고 한 것인지 모를 낡은 천 쪼가리가 그 창을 가리고 있지만 절반을 가리기에도 역부족입니다.








 


 


“잘 지냈어? 학교생활은 재밌어? 뭐가 취미야? 나 만나니까 좋아?”


계속되는 질문에도 히에우는 자꾸 고개를 떨구기만 합니다. 부끄러워서 그러려니 계속 웃으며 말을 걸고 손을 어루만져도 히에우는 자꾸 고개를 돌리며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합니다. 그때 함께 간  현지 스탭분이 알려주십니다.


“히에우는 눈에 문제가 있습니다. 제대로 보지를 못해요. 전혀 안 보이는 건 아니지만 잘 못 봐요. 치료를 해야 하는데, 병원에서는 좀더 크면 하자고 했다네요.”





그것도 모르고 오해할 뻔한 우리가 갑자기 미안해졌습니다. 함께 사진도 찍고 가져간 작은 선물도 전달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히에우도 처음보다 많이 편안해진 것 같았습니다.


 


“히에우는 꿈이 뭐야?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


눈의 초점이 잘 안 맞는지 고개를 옆으로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그래도 아까보다는 훨씬 명랑해진 표정으로 히에우가 대답합니다.


“경찰.”








 





히에우의 꿈은 경찰이 되는 거라고 했습니다. 베트남의 많은 아이들이 장래희망으로 경찰을 꼽는다고 합니다. 눈에 장애가 있고 그로 인해 학습성취도가 떨어져 선생님들이 걱정하지만 히에우의 꿈만은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입니다. 히에우의 눈이 괜찮았다면, 그보다 히에우의 집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나았더라면, 좁은 침대에 온 식구가 함께 자도 따뜻이 덮을 담요라도 있었다면 아니 하다못해 저 바랑 쌩쌩 들어오는 창문을 막을 수만 있었다면 히에우는 지금보다 더 자신감 있는 아이가 되었을 텐데…





베트남엔 많은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 생활이 어렵습니다. 한 달에 3만원이면 한국에선 정말 별 거 아닌 돈이지만 그 돈으로 여기 애들은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잘 클 수 있습니다. 히에우의 집도 기아대책에서 지어준 집입니다. 그전엔 정말 움막이었죠. 다음에 올 때는 이불을 꼭 사다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방문가정은 ‘찌에우 띠엔 꿈’의 집. 가는 길은 전보다 더 길고 험했습니다. 비바람은 그새 좀 그쳤지만 군데군데 웅덩이와 진창이 있는 길. 처음엔 신발이 물에 젖을까 신경 쓰였지만 어느새 혹여 미끄러져 넘어질까 걱정 돼 조심조심 걷다 보니 여간 오래 걸린 게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다른 '꿈'의 집.


 


'꿈'은 우리가 걸어온 그 길을 따라 학교까지 7Km를 매일 걸어서 간다고 합니다. '꿈'의 첫인상은 ‘똑똑한 아이’. 눈이 반짝거리고 총기가 넘쳐 보였습니다. 조용하지만 소극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집도 생각보다 널찍하고 깨끗한 게 마당도 잘 정리돼 있었습니다. 크게 반기는 꿈의 부모님. 잠시 후에 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나오셨는데 모두 온화한 표정인 것이 무척 화목한 가정으로 보였습니다. 꿈도 히에우처럼 경찰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꿈은 첫인상처럼 총명했습니다. 사실 걱정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꿈은 모범생이에요. 착하고. 근데 꿈의 여동생이 아파요. 혈액에 문제가 있다는데 아직 어려서 제대로 수술이나 그런 걸 못해요. 그저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임시적인 치료만 받죠. 근데 그 임시처치 비용도 워낙 비싸요. 한 달에 150불 정도랍니다. 여기 분들이 보통 한 달 수입이 50불이 안 되니까 무리한 금액이죠. 그래도 치료를 안 할 수도 없고..."





그제야 자세히 보니 꿈 옆에 앉아있는 여동생 ‘남’의 얼굴이 유난히 파리했습니다. 손목이며 발목도 지나치게 가늘었습니다. 나이에 비해 체구도 유난히 작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 또래 다른 아이들처럼 호기심 어린 눈망울에 왠지 정이 가는 얼굴이었습니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병에 걸렸다니… 그 얘기를 들은 꿈의 후원자인 회원이 두 아이를 안고 놓을 줄을 모릅니다. 두 아이를 양 손에 꼭 안고 얼굴을 맞대며 웃으려 애쓰지만, 어느새 눈물이 맺힙니다. 혹여 아이들이 그걸 보고 따라 울지 모르니 말려야 하는데도 다른 이들도 이미 눈이 뜨거워져 입을 열지 못합니다.













“애가 너무 가벼워. 어쩜 이렇게 가벼울 수가 있어.”


먹먹한 가슴을 안고 꿈의 집을 나서면서 몇 번이고 꿈의 동생 ‘남’을 안아주는 사람들. ‘남’도 우리가 준 선물을 안고 웃으면서 손을 흔듭니다. 그 활짝 웃는 모습이 너무나 천진스러워서 오히려 더 슬펐습니다.





꿈의 집을 나서고 한 집을 더 들르고 나왔을 때 ‘판 반 휘’와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2006년생인 휘. 엄마가 모는 오토바이 뒤에 앉은 휘는 큰 눈동자와 선한 얼굴을 한 귀여운 아이였습니다. 후원하고 있는 아이들의 집을 방문하는 행사라 휘의 집을 들릴 계획은 원래 없었다고 합니다. 휘는 아직 CDP(Children Development Program) 대상 어린이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도움을 청하고자 휘의 엄마가 직접 휘를 데리고 우리를 찾아나선 참에 만나게 된 것입니다.





거실과 작은 침실 겸 주방으로 쓰는 공간으로 이루어진 집. 유난히 작고 어두었습니다. 전등은 집 안을 통틀어 단 하나. 침대도 낡고 비좁습니다. 벽에 걸린 몇 안 되는 옷가지 이외에 다른 세간은 전혀 안 보입니다. 엄마에게 안겨 들어온 휘가 의자에 앉는데 뭔가 불편해 보입니다. 인사를 하고 안아주려 하자 손을 뻗는 휘. 그러나 일어나기가 무척 힘겨워 보입니다.


 


“휘는 손과 발에 장애가 있습니다. 걷는 것도 힘들고, 오래 서있을 수도 없습니다. 건강이 너무 약해서 학습능력도 많이 부족한 아이입니다.”





 








선물을 건네자 휘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몇 마디의 말이 오가고 알게 된 사실은 휘의 병명이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는 것. 병명을 알려면 병원에 가서 상세한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극빈층인 휘의 집으로서는 그럴만한 돈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손발이 다 불편한 아이. 그럼에도 휘의 엄마는 너무나 밝고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녀에게 휘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자랑스런 아들이었습니다. 기쁘게 웃는 아이, 그런 아들이 사랑스러워 쉴 새 없이 뽀뽀해주는 엄마와 할머니.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에 우리도 웃으면서 즐겁게 서로 얘기했지만 휘의 얼굴이 웃고 있다고 해서, 휘의 엄마가 웃고 있다고 해서 삶의 무게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서로의 웃음 속으로 그 무게가 더 크게 전해져 와 알 수 없는 힘으로 우리들 가슴을 두드렸습니다.





“어떠세요? 직접 와서 후원하는 아이들을 만나보니”


“…”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니까요. 그 깊고 복잡한 감정들을 어떻게 한 두 마디에 담아낼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이 아이들을 도와도 그들은 우리를 기억 못할 지 모릅니다. 누군가 자기를 도왔다는 사실도 잊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나의 작은 힘도 세상 어딘가에 있을 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작은 의미’가 될 수 있으면 그것도 고마운 일입니다. 아이들은 우리가 준 작은 도움보다 훨씬 큰 행복을 우리에게 선물해 주었습니다. 말없이 돌아오는 길 우리는 모두 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래. 와보길 정말 잘했다. 누군가를 돕길 잘했다. 그것이 비록 별 생각 없이 한 일이었더라도, 큰 돈 드는 일이 아니니 그저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었다 하더라도, 오기를 정말 잘했다. 그 아이를 보기를 정말 잘했다. 그 아이들이 사는 동네, 그 아이들이 사는 집, 그 아이들의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님들을 보길 잘 했다. 참 잘했다.






* 본 글은 아이소이와 함께 베트남을 방문했던 기아대책에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 출처: 이로운넷 블로그 (http://blog.naver.com/erounnet/220520918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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